우리아빠

카테고리 없음 2014. 12. 29. 04:14

아빠가 보고싶었던 적이 없는데...아빠 돌아가시고 나니 아빠가 참 많이 보고싶다. 우리아빠. 난 이제 우리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구나.

Posted by 이웃집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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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죽었단 전화를 받고 짐을 쌌다. 거짓말 같았지만 올케가 이런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서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믿을 수 없었다. 아빠가 말기 암이라는 얘길 듣고 여름 백일 동안 한국에서 항암치료 하는걸 따라다녔다. 그리고 이태리로 돌아온지 한달 보름만에 아빠는 죽었다. 아빠의 죽음을 곁에서 지킨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의사는 항암치료가 끝나서 의학적으로 찾을 수 있는 암세포는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환자가 강하게 잘 버텨주었노라고 했다. 그런데 아빠가 죽었다.
한국에 도착해 짐을 들고 장례식장으로 바로 갔다. 검은 상복을 입고있는 가족들. 영정사진으로 걸려있는 아빠의 얼굴이 믿겨지지 않았다. 장례를 치르고 화장을 하고 골분을 뿌리고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왔다. 밥상을 차릴 기분이 아니라 며칠간 외식을 했는데 먹는 족족 체해서 쏟아내야했다. 그리고 아빠 유품을 다 정리하고 사망신고를 했다. 주민센터에서 화장장려금 10만원을 받았다. 단 일주일만에 내 아빠였던 한 남자의 인생이 이 세상에서 정리되었다. 함경도 한 지주의 후처 소생으로 태어나 한국전쟁 때 남쪽으로 내려와 어린나이에 고된 노동을 시작했다. 함께 피난온 엄마는 재혼을 하고 남동생과 여동생은 뿔뿔이 흩어져 고된 삶을 살아냈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나와 오빠를 대학까지 보내고 항암치료 시작 직전까지 새벽에 나가 저녁때가 되야 돌아오는 일로 장성한 자식들에게 신세지지 않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모든 생을 자식들을 위해 알뜰하게 소진하고 떠났다. 통장에 남은 사십여만원은 우리의 마지막 용돈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빠없는 사람이 되었다.

Posted by 이웃집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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